오래동안 준비해 온 남미 환갑여행이 코시국으로 당분간은 물건너 가고...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에 퇴직 후에 틈틈히 독서로 충전해 온 그리스로마 신화, 르네상스의 현장을 직관하고픈 마음에 일단 서유럽의 박물관, 미술관을 메인으로 하기로 한다. 여행은 편리함을 주는 패키지보다는 우리 부부의 자율성이 확실히 확보되는 자유여행으로 하고, 서유럽이라는 지역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도시, 장소 등을 구상하는데... 이것이 만만치가 않은 것이 해당 지역에 도시가 한두개며 박물관, 미술관은 또 얼마나 많은가? 거기다 일자에 맞춘 이동방법(비행기, 기차 등), 호텔 등등. 여기에 더해서 도시별 맛집은 또 포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완전 백지상태에서 인터넷을 뒤지며 여러 정보를 찾아 가는데... 정보가 쌓이면 쌓일 수록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여기저기서 홀로 빤짝이는데 도저히 정리가 않되는 것이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러다, 우연히 나와 같은 자유 여행자를 도와주는 "젊은여행사 블루"를 알게 되어 도움을 요청하고 16일 여정 전반의 대강을 정리할 수 있었다. 런던 3박-파리3박-베네치아2박-피렌체2박-로마3박. 국제 비행기/열차 편, 이태리 국내 열차 편 그리고 무엇보다 호텔 예약. 잘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이런 모든 과정을 계획, 예약 및 확정 등의 처리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 무엇보다 설령 이런 과정을 혼자서 다 마무리했다 해도 예약상황을 100% 신뢰하며 맘 편히 여행이 가능했겠는가 싶다. 이번 여행에 여러 도움을 준 여행사와 특히 담당이셨던 장금화 차장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영국박물관, National Gallery, 루브르, 오르세, 우피치 등 인터넷에서만 들어 오던 곳에서 책에서만 봤던 조각, 그림 등을 보면서 감격스러움에 넋을 잃었던 경험도, 또 생각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소 실망했던 경험도 하면서,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 동안 자료로만 보아왔던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불핀치 원작의 그리스로마신화 책 표지에 나왔던 "에로스와 프시케"의 그림을 우연히 발견하고 멍 때리며 바라보기도 했고, 가장 큰 기대를 하고 갔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앞에서는 이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나 당황(황당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기도 했다. 

몇가지 스스로 서유럽 팁을 정리해 본다.

첫째, 영국을 제외하고 프랑스나 이태리 박물관, 미술관은 입장권은 물론, 꼭 봐야 할 곳은 반드시 시간예약도 해 놓아야 한다. 로마의 보르게세미술관은 어쩌다 보니 시간예약을 못해, 직접 미술관에 가서 30분간 무력시위도 했는데, 씨알도 않먹혔다.

둘쨰, 파리,  로마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누가 접근해서 어디로 가냐고 물어 보면, "I don't know" 또는 "No English"하고 왠만하면 무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번 여행, 파리 지하철 환승하는 곳에서 지갑을 털렸는데, 어느 노인과 어디를 가냐고 말을 섞는 과정에서 발생한 둣 하다.(이들의 솜씨가 얼마나 귀신같은지 앞주머니에 들어 있는 지갑을 빼 내가는데 나는 전혀 눈치 1도 못챘다) 로마에서도 이런 비슷한 상황을 1-2번 마주했는데, 이때는 무시 전략으로 넘어갔다.

(여행을)갈까? 말까? 고민이라면 이것 저것 재지 말고 또 여러 가지 잊어버리고 그냥 가자. 우연한 상황에서 우연히 주어지는 그런 인생의 환희를 여행이 아니라면 어디서 얻겠는가?